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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 1년,
‘똑’소리 나는 소비자


최소한의 비용으로 배만 불리며 만족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환경과 배려,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윤리적인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1년 전 터진 살충제 달걀 사태가 그 화두였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서 던진 유전자 조작 돼지가 불씨를 던졌기 때문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시대!
테이블 위의 건강한 식품을 위해 ‘공장형 축산’으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적폐와 문제점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 과유불급, 터질게 터졌다!

그리고 삶은 더 나아져서 21세기, 지금은 ‘친환경란’, ‘무항생제 인증란’, 왕란‌, 특란,대란 등 이름도 빛깔도 저마다 다양한 계란의 세상이다. 그러나 그 흔하디흔한 계란은 1년 여전, 닭에는 사용할 수 없는 살충제 ‘피프로닐’이 국산 달걀에서 검출되면서, 그 여파로 불과 하룻밤 사이에 우리의 곁에서 자취를 감춰버렸었다. 닭 한 마리당 A4용지 크기도 안 된다는 빽빽한 철장과 기존 살충제는 내성이 생겨 더 독한 살충제로 버텨야 하는 참혹한 양계장의 풍경. 이른바 ‘공장형 축산’의    문제! 사람들은 계란이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를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탐욕의 대량생산과 값싼 소비를 위해서 그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해 온 대가는 결국, 부메랑처럼 터질게 터져 달걀을 팔고 사는 사람도 없어져 버린,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 영화를 통해 나타난 식탁 위 ‘빨간불’

‘살충제 달걀’ 파동이 시작되고 좁은 철제 우리, 이른바 ‘배터리 케이지’를 사용하는 공장식 축산과 밀집 사육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애니메이션 < 마당을 나온 암탉 >(2011)은 암탉 본색에 대한 영화다. 황선미 작가의 베스트셀러 동화가 원작으로 A4 용지보다 좁은 철제 우리에 갇혀 살던 암탉 ‘잎싹’이 양계장을 나와 생전 처음 알을 품어 청둥오리 ‘초록’을 부화시키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죽기 전까지는 나올 수 없는 양계장. 잎싹이는 며칠을 굶어 폐계 흉내를 내다 양계장 뒷산 폐계 웅덩이에 버려지면서 탈출에 성공한다. 영화 속 잎싹이도 양계장 케이지속에 살던 암탉이다. 현재 한국에만 5천여만 마리의 산란닭이 사육되고 있다. 이 중 98%가 잎싹이가 도망쳐 나온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 뒤에는 ‘공장형 축산’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제한되지 않은 환경에서 암탉은 이틀에 한 번꼴로 모래 목욕을 한다고 한다. 방사 상태의 닭이라면 ‘모래 목욕’을 통해 몸에 붙은 이물질이나 기생충, 진드기를 없앨 수 있지만 철제 우리에서 꼼짝 못 하게 갇혀 있는 닭은 ‘모래 목욕’을 할 수 없고 한번 발생한 진드기는 밀착된 닭들을 따라 번지기도 쉽다.

정부는 2012년 산란계를 대상으로 동물복지 인증제도를 처음 시행했다. 지금은 돼지, 육계, 한우·육우·젖소, 오리까지 인증 대상 가축이 늘어났고, 이른바 ‘동물복지 축산 농장’은 2017년 현재 전국 132곳에 ‌있다. 문제는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비율이 아직 너무 적다는 것. 2017년 3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국의 산란계 농장(3천 마리 이상 사육)은 869곳, 516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 중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은 92곳, 117만 마리에 불과한 전체의 2.5%‌가량이다. 이뿐 아니다. 또 다른 영화에서도 공장형 축산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2017년 잔혹동화인 영화< 옥자 > 속에서 살펴보면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에게 ‘옥자’는 10년간 함께 자란 친구이자 가족이다옥자는 글로벌 기업 ‘미란도’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낸 크기도 크고 맛도 좋으며 싸기까지 한 ‘슈퍼 돼지’다. 미란 도는 옥자를 비롯해 모두 26마리의 새끼 돼지를 전 세계 농장에 보내 기르게 하는데 이는 지하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대량생산용 유전자 조작 실험을 은폐하기 위함이었다. 후반부는 자본의 논리로 매끈하게 다듬어진 현대식 축산의 폭력성과 문제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영화 옥자를 만든 봉준호 감독은 “대량생산에 동물을 편입시킨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고 말한다. 지금 같은 축산업을 유지하면 소요되는 물과 사료, 메탄가스와 폐수로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수학적으로 지탱이 불가능하다.

“한국에는 1천만 마리의 돼지가 산다. 그중 99.9%는 ‘공장’에서 사육된다. 햇볕도 바람도 통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유전자조작 사료와 각종 약물을 투여받으며 생후 6개월 만에 110kg의 몸으로 부풀려져 도살장으로 보내진다. 어미돼지들은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감금 틀(스톨)에 갇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새끼 낳는 ‘성적’이 떨어지면 도살된다. 

구제역은 소, 돼지 등 발굽 동물이 걸리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치사율이 5~55%에 이른다. 질병 자체가 전염성이 높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구제역이 더 큰 문제가 된 건 공장식 축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이 계속되는 한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며 나타날 것이다. 풀 먹는 소에게 곡물 사료가 주어지는데, 그것도 유전자조작 사료이다. 병 걸리면 매장하고, 똑같은 축사에서 또 사육하고, 병 걸리면 다시 파묻는 악순환. 게다가 살처분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과 보상 비용은 모두 국민의 혈세다.

출처 동물은 생명이다 살림 58호

# 착한 윤리를 고집하는 소비자, 건강한 테이블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동물복지와 환경을 고려한 윤리적 소비, 이른바 ‘착한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나쁜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손해 보지 않고 안전한 것을 사는 권리를 누리는 소비자들의 의식이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과 직결된 건강한 테이블을 위해서 필요한 ‘착한 윤리’ 무엇이 있는지 알아봤다.

•첫째, 생산자들의 윤리

농축수산업자가 경제성을 높이려고 농약과 비료를 과다 사용하고 항생제를 남용하면 이번과 같은 계란 살충제 파동을 또 격게 되어 고스란히 피해를 안게 되는 것은 농축수산업자 일 것이다.

•둘째, 음식 제조업자의 윤리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쓰레기 투입은 쓰레기 생산’이 되는 개념을 잊으면 안 된다.

• 셋째, 소비자 윤리
소비자는 고품질에 낮은 가격을 동시에 요구하는 모순된 경향이 있다. 싼 게 비지떡이다 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또한 소비자는 생산자의 윤리 의식이 미흡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를 고발해야 한다. 공정무역 식품 구매, 로컬 푸드 구매, 유기농 식품 구매 등의 윤리적 소비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착한 윤리’가 결국엔 다시 건강한 테이블 위 식단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