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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습니다”


2018년 4월 27일 밤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뜻밖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가 된 것은 바로 ‘평양냉면’이었다.

정상회담에 따라붙는 만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정치의 연장’이다. 기본적으로 주최 측은 만찬에 올리는 음식으로 자국의 문화를 알리고, 동시에 상대국과 그 수반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표한다. 음식으로 식사 분위기를 돋우고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선 손님의 취향과 식성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큰 틀에서 회담 주제와도 어긋나지 않도록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남북이 공유하는 부분이 많은 음식 문화는 양측이 심각한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부드럽게 대화를 풀어가는 데 요긴한 소재이기도 하다.

# ‌남북 정상의 외교, 물꼬 터준 음식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을 통해 북한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식사 관련 농담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날 점심으로 김 대통령은 평양 온반과 함께 깨즙을 친 닭고기, 옥돌 불고기, 생선전, 채소 튀김, 청포 냉채, 설기떡, 인삼차 등을 대접받았다. 김 대통령이 “담백하고 좋았다”라고 평가한 평양 온반은 이후 한동안 남한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방북 둘째 날 오후, 2차 회담 전 김 대통령은 점심으로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었다. 정상회담은 만찬 준비는 첫째 날은 주최 측, 둘째 날은 손님 측이 준비했는데 우리 측에서는 답례 만찬으로 유자향 은대구 구이와 사합찜, 신선로, 김치 튀각, 석류탕이 곁들여진 비빔밥 등 궁중요리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응용해 식탁을 차렸다.

# 남북 화합을 담은 음식

2007년 10월 3일 2차 남북정상회담 때는 노무현 대통령은 답례 만찬으로 드라마 대장금의 ‘이영애 팬’ 김정일 취향 살핀 ‘팔도 대장금 요리’를 선보였다. ‘팔도 대장금 요리’를 주제로 남북의 화합을 의미하는 전주비빔밥과 토란국, 제주 흑돼지 맥적과 누름적, 고창 풍천장어구이, 횡성·평창 너비아니 구이, 충주산 흑임자죽, 완도 전복과 단호박찜, 삼색 매작과, 안동 가을 감국(甘菊) 차 등이 상에 올랐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도 옥류관을 방문해 평양냉면을 먹었다.

# 北과 南의 경계선을 이어준 평양냉면&비빔밥

1·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메뉴는 모두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었다.
이번 판문점 남북회담장 만찬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어 11년 만에 열렸기에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고향에서 먹을거리를 가져와 정성스러운 손길과 뜻을 더해서 만들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산 민어 해삼 편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 마을산 쌀로 지은 밥이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 부산의 대표적 생선인 달고기 구이와 김정은 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뢰스티(감자요리)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감자전은 두 정상의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3차 회담 만찬에도 역시나 비무장지대(DMZ) 산나물로 만든 화합을 뜻하는 비빔밥이 올랐다. 수많은 음식 중 화제가 됐던 평양 옥류관에서 공수해온 ‘평양냉면‘은 정상 회담 만찬 음식으로 옥류관 평양냉면이 좋겠다”라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북측이 받으며 추가된 특별 메뉴였다.
이처럼 특별 메뉴로 추가된 음식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직접 챙긴 만큼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는 평양냉면, 과연 유래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 왼쪽에서부터 냉채, 편수, 달고기, 뢰스티

# 평양냉면의 유래는?

평양냉면의 시작은 고려 시대, 평양의 한마을에 살던 남성이 우연히 100세 노인을 만나게 됐다.
지금은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지금도 100세를 넘기기가 무척 어렵지만, 당시 100세 노인이라면 정말 대단한 거였다. 그래서 그가 노인에게 장수 비결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고 노인이 이에 '메밀'이라고 답했다. 그 뒤로 그 남성은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게 되었고, 국수를 찬 국물에 넣어 먹는 당시로써는 특별한 이 음식을 두고, 사람들은 곡식 '곡'자에 물 '수'자를 붙여서 '곡수'라고 불렀다는데요. 이것이 바로 지금의 '국수'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겁니다. 그때부터 냉면이 시작됐다는 유래가 전해져 내려온다. 메밀로 면을 만들면 찰기가 부족해서 뚝뚝 끊기는 식감이 나타나는데, 평양냉면의 면이 이런 식감에 가깝다.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쫄깃한 면발은 감자나 옥수수 전분을 섞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한국에 대한 외신의 관심이 뜨겁다. 
여러 외신에서도 ‘평양냉면’의 인기를 반영하듯이 '북한 스타일의 차가운 면 요리'라고 소개한 언론도 있었지만, '평양냉면'을 그대로 소개하는 경우도 많았다. 남북정상회담이 각국 정상과 글로벌 리더들의 응원 속에 성공적으로 끝나고 평화 분위기가 기대되면서, '평양냉면'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 '분단'과 '평화'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루트비히 포히어바흐는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You are what you eat)”이라고 했다. 남과 북의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 그리고 방북한 남측 대통령이 꼭 찾아가 먹었던 특별한 평양냉면, 그리고 3차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 오른 음식 속에 어우러진 정서는 남과 북이 하나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한다.